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행정체제 개편 문제가 다시 논의 대상에 올랐다. 여야 정치권은 그동안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 방향과 내용에 의견을 접근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다른 이슈에 묻혀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한 채 차일피일 미루며 결론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5일 여야 의원 62명의 서명을 받아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이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 의원의 법안은 2∼5개 인접 시?군?구를 통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통합 시?군?구의 인구를 평균 70만명으로 가정할 경우, 전국적으로 시?군?구가 60∼70개로 통합될 것이라는 게 허 의원의 설명이다.
앞서 국회에 제출된 4개 관련 법안 중 한나라당 권경석, 민주당 우윤근 의원의 안은 허 의원의 안과 대동소이하다.
지방행정체제 개편 문제는 이미 17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특위까지 구성해 심도있게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시?도를 폐지하고 시?군?구를 통폐합해 전국을 인구기준 100만명 이하의 광역단체 60∼70개로 재편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2단계 개편안에 상당 부분 공감을 이뤘지만 2006년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후속 논의가 중단됐었다.
따라서 이번 18대 국회 차원의 개편 논의에 있어 세부적인 내용 자체 보다는 여야 각 정당의 실천 의지에 방점을 둬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가진 청와대 회동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 문제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거론한 지역과 이념 대결 해소 및 사회통합을 위한 처방의 아젠다에 지방행정체제 개편 문제도 포함돼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여야가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정치적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교육과 마찬가지로 지방행정체계 역시 국가의 백년대계라 할 수 있다.
지방행정체제의 효율적인 개편은 지역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제고하는 데 필요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선거와 정치제도의 개혁에 주춧돌이 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여야가 이제는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공리공론 보다는 행동과 실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