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재보선은 민심을 읽는다고 하지만 지역적 정치 성향이 확실히 드러나는 영남과 호남 각 2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지는 것에 촉각이 집중돼 있다. 어떻게 보면 지난해 18대 총선 이후 1년 동안 변화된 민심의 향배를 읽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여 관심꺼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우리 경제가 어려운 탓도 탓이지만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은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잇따른 대통령 친인척 등의 비리가 재보선에 앞서 큰 이슈다. 이런 어수선함 속에서 정치권은 향후 정국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지도부가 팔을 걷고 나서는 분주한 분위기와는 달리 정작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랭한 분위기다.
또 주요 정당이 후보자 공천과정에서 커다란 당내 논란까지 빚은 결과, 현재 5개 선거구 모두가 각각 다른 각도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 정치문화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재보선 역시 관심을 끌기는 어렵지만 지역에 따라 정치적 지지성향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어 초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재보선 지역 어디 한 곳 조용하지 않은 곳은 없는게 분명하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이 맞대결 할만한 곳으론 인천 부평 을 지역이 격전지다. 이곳에서는 초반전부터 집중적인 공세로 마치 정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또 울산 북구도 그렇다.
특히 전북 전주 완산 을 지역은 이웃 전주 덕진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정동영 전 통일원장관과의 ‘무소속 연대’와 관련, 신건 전 국정원장의 출마로 눈길을 끌고 있는 두 지역이다. 민주당의 ‘텃밭’ 두 곳은 모두가 ‘민주당 대 무소속 연대’의 집안싸움 양상으로 번져 강하고 단합된 야당을 염원하는 지지자들의 희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했다.
이들 무소속 출마자들의 당선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내부 상처는 더욱 깊어지고 당의 앞길도 험난해 질게 뻔하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같은 당에서 몸을 담았다 뛰쳐나온 인사들과 기존 정당 공천을 놓고 집안 싸움으로 변한 우리 정치 현실이 서글픈 뿐이다.
쉽게 생각하면 재, 보궐선거는 말 그대로 결원이 생긴 지역의 국회의원 등을 보충하는 단순한 선거일 뿐이다. 그런데 이번 재보선으로 인한 공천 후유증은 당 내부 균열이 우려돼 지도부의 위상이 흔들리는 위기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어 걱정이다. 경북 경주에서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와 ‘친박’ 무소속 정수성 후보 사이에 벌일 득표 경쟁도 그렇다.
아무튼 우리 정치 현실이 지금까지 유권자들에게 끝없는 실망을 안긴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재보선 역시 정치권의 불신만 가중시키고 국민들 보기에도 볼썽스런 선거일지 모른다. 하지만 성숙한 유권자들의 모습만 보여준다면 오히려 이번 재보선은 꽤 흥미로울 수 있다.
때문에 민주당 내 세력 재편의 변수가 될 수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득표율은 얼마나 될지, 한나라당 후보와 무소속 ‘친박’간 경쟁을 벌이는 경주에선 승자는 누가 될지, 울산에선 진보 후보 간 단일화가 될지, 전주 완산의 무소속 신건 후보가 바람을 일으킬지, 유일한 수도권인 부평은 어느 당이 차지할지 등이 관전의 키 포인트다.
이런 때 일수록 민주주의와 깨끗한 정치의 정착 가능성을 높이는 데는 오직 유권자의 관심과 적극적 투표행위보다 더 효율적인 수단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현실 정치가 아무리 실망스럽더라도 유권자들은 투표권 행사를 포기해선 안 될 것이다. 투표 참여만이 그나마 정치권을 정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부풀어진 관심이 후보자끼리, 또는 정당 사이에 득표경쟁을 지나치게 달구어 오히려 과열·혼탁 선거로 이어질지 걱정이 된다. 무엇보다 선관위의 강력한 의지를 기대해 본다. 유권자들의 투표권의 행사 못지 않게 정당도 그러하지만 개개인의 인물됨과 능력을 잘 판단하는 것만이 후회할 일을 남기지 않는 길일 것이다.
임명섭/천안언론인클럽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