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민일보 유승우 기자) “그림은 공부의 시작입니다.”
책읽는미술관은 이 문장을 단지 수사로 사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곳의 수업은 그림책 한 권을 읽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읽기가 아니다.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고, 그 안에서 자신과 닮은 점을 찾아내며, 아이들은 책과 ‘자신’을 연결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 연결의 결과를 그림이라는 매체로 풀어낸다. 이 독특한 방식은 아이들의 사고력과 표현력, 그리고 감성을 함께 키워준다.
이연지 대표는 “생각은 글과 말이 되고, 글과 말은 결국 그림이 된다”고 말한다. 책읽는미술관의 수업은 말 없는 아이에게 목소리를 주고, 표현이 서툰 아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그릴 기회를 준다.
책읽는미술관의 수업은 하나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첫째, 그림책을 함께 읽고 철학적 주제로 토론한다. 둘째, 책 속 이야기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그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셋째, 서로의 작품을 나누고 피드백하는 시간 속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한다. 이 일련의 과정은 아이들에게 깊은 자기 이해와 타인 존중의 태도를 길러준다.
뿐만 아니라, 책읽는미술관은 ‘입시 중심 교육의 한계’를 직접 체험한 부모들에게도 주목받는다. 이들은 아이가 즐겁게 생각하고, 스스로 질문하며, 말로 하기 어려운 감정을 그림으로 풀어낼 수 있는 이 공간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아이가 책읽는미술관을 다녀온 후 훨씬 차분해지고, 자신의 감정을 말로 설명하는 힘이 생겼다”고 말한다.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는 시대, 창의력과 인성은 그 어떤 기술보다 중요한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책읽는미술관은 예술을 통해 인간다운 가치를 가르치고, 미래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감성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연지 대표는 “지금의 교육은 점수를 잘 받는 아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른으로 자라도록 돕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듯 책읽는미술관은 예술, 문학, 철학이 결합된 인문예술융합 교육을 통해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살아 있는 실험실이자, 새로운 교육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